인구 감소와 부동산 — 일본은 왜 망했고 한국은?
부동산 경제학 시리즈 5부
"인구가 줄면 집값도 떨어진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입니다. 202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5명. 세계 최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집값이 반토막 났으니, 한국도 같은 길을 갈 거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 줄면 집값 떨어진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일본의 30년 하락에서 인구 요인이 설명하는 비중은 20~3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금융 시스템 붕괴, 디플레이션, 정책 실패가 차지합니다. 그리고 같은 일본 안에서도 도쿄는 2013년 이후 집값이 78% 올랐습니다.
이번 5부에서는 인구와 부동산의 진짜 관계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일본 사례에서 한국이 배울 교훈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인구는 부동산의 가장 느린 변수
4부에서 다룬 금리가 6~12개월 시차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빠른 변수"라면, 인구는 10~30년에 걸쳐 천천히 작용하는 "느린 변수"입니다.
경제학의 생애주기 가설(Modigliani)을 부동산에 적용하면, 연령대별 주택 수요는 뚜렷한 패턴을 보입니다.
| 연령대 | 주택 수요 특성 | 수요 강도 |
|---|---|---|
| 20대 | 전월세 수요, 매수 준비 | 낮음 |
| 30대 | 최대 매수 수요 (결혼·출산) | 매우 높음 |
| 40대 | 상향 이동 (평수 확대, 학군) | 높음 |
| 50대 | 보유 유지, 다운사이징 시작 | 보통 |
| 60대+ | 매도 압력, 소형 이동 | 낮음 |
(출처: 통계청 주택소유통계 2023,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 통계)
통계청(2023)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 최초 매수 연령 중위값은 만 36.2세이며, 서울 아파트 매입의 66%를 30~40대가 차지합니다. 이 연령대의 인구가 줄면 수요 기반이 약해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역설이 있습니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는 늘 수 있다.
| 항목 | 2020년 | 2030년(추정) | 변화 |
|---|---|---|---|
| 총인구 | 5,184만 | 5,120만 | -1.2% |
| 총가구 | 2,093만 | 2,274만 | +8.6% |
| 1인 가구 비중 | 31.7% | 35.6% | +3.9%p |
| 평균 가구원 수 | 2.4명 | 2.2명 | -0.2명 |
(출처: 통계청 장래가구추계 2020~2050)
비혼·만혼·이혼·고령 독거의 증가로, 1가구가 2가구로 분화되는 속도가 인구 감소 속도보다 빠릅니다. 주택 수요의 "총량"은 일정 기간 유지되지만, "구성"이 바뀝니다 — 대형에서 소형으로, 교외에서 도심으로.
2. 일본은 진짜 인구 때문에 망했을까?
한국에서 "일본처럼 된다"는 말은 거의 공포 마케팅처럼 쓰입니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30년 하락의 원인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버블의 형성과 3가지 충격
1985년 프라자 합의 이후 엔고 불황을 우려한 일본은행은 금리를 5.0%에서 2.5%로 인하했습니다. 2년 넘게 유지된 초저금리는 부동산·주식 시장으로 유동성을 쏟아부었고, "토지 가격은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토지신화(土地神話)가 전국을 지배했습니다. 도쿄 상업지 지가는 6년 만에 4배 올랐고, 1990년 일본 전체 토지자산은 GDP의 5.2배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3가지 충격이 동시에 왔습니다.
| 충격 | 내용 | 영향 |
|---|---|---|
| 금리 급등 | 2.5% → 6.0% (15개월) | 대출 부담 폭증 |
| 총량규제 | 부동산 대출 사실상 동결 | 자금줄 차단 |
| 인구 전환 | 생산가능인구 1995년 정점 | 장기 수요 약화 |
붕괴의 규모는 경이로웠습니다. 상업지 지가는 정점 대비 87% 하락, 주거지는 21년 연속 하락하며 46% 하락했습니다.
30년 하락의 진짜 원인 — 삼중고
| 요인 | 기여도 | 설명 |
|---|---|---|
| 인구 감소·고령화 | 20~35% | 수요 기반 약화 (2000년대 이후 비중 증가) |
| 금융 시스템 붕괴 | 25~30% | 부실채권 100조 엔, 은행 기능 마비 |
| 디플레이션 고착 | 20~25% | "내일 사면 더 싸다" 심리, 15년 역성장 |
| 정책 실패·심리 위축 | 15~20% | 좀비 대출, 토지신화 붕괴 |
(출처: Hoshi & Kashyap 2004, BOJ Working Paper 2015, IMF WEO 2017)
인구 감소는 "방향"을 만들었지만, 그 깊이와 기간을 결정한 것은 금융 위기와 디플레이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처럼 된다"고 말할 때, 인구만 보고 나머지 65~80%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단순화입니다.
3. 그런데 도쿄는 왜 올랐을까?
일본 전국 지가가 30년간 하락하는 동안에도, 도쿄는 예외였습니다.
| 시점 | 도쿄 23구 맨션 평균가 | 2012년 대비 |
|---|---|---|
| 2012년 | 약 4,540만 엔 | — |
| 2015년 | 약 5,518만 엔 | +21.5% |
| 2020년 | 약 6,083만 엔 | +34.0% |
| 2023년 | 약 8,101만 엔 | +78.4% |
인구가 줄어도 도쿄 집값이 오른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째, 초완화 금융정책. 2013년부터 BOJ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금리가 사실상 제로(마이너스)까지 하락. 4부에서 다룬 '실질금리 마이너스' 효과가 일본에서도 작동했습니다.
둘째, 글로벌 투자 자금 유입. 엔화 약세로 해외 투자자에게 도쿄 부동산이 "할인 매물"로 인식. 일본 금리 0.75%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본 흐름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셋째, 수도권 인구 집중. 일본 전체 인구는 줄지만 도쿄권으로의 유입은 계속됩니다. 도쿄 23구는 2023년에도 전입 초과.
이것이 바로 인구 감소 시대 부동산의 핵심 법칙입니다: 전국 평균은 의미가 없다. 어디에 있느냐가 전부다.
4. 한국의 인구 현실 — 세계 최저 출산율의 나라
한국의 인구 데이터는 일본보다 더 급격합니다.
| 항목 | 한국 | 일본 |
|---|---|---|
| 합계출산율 (최근) | 0.65 (2025) | 1.20 (2023) |
| 인구 정점 | 2020년 (5,184만) | 2008~2010년 (1.28억) |
| 생산가능인구 정점 | 2017년 | 1995년 |
| 고령화 속도 (7%→14%) | 17년 | 24년 |
| 수도권 인구 비중 | 50.5% | 29.3% (도쿄권) |
(출처: 통계청, 일본 총무성 통계국)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1.7배 빠릅니다. 고령화율이 7%에서 14%로 가는 데 일본은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17년밖에 안 걸렸습니다. 노인이 42%인 미래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도가 압도적입니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2024년 수도권 순유입 약 4.5만 명).
지방의 현실
| 지표 | 수치 | 출처 |
|---|---|---|
| 소멸위험 지역 | 약 113개 시군구 | 한국고용정보원 |
| 지방 미분양 | 51,982호 (2025.8) | 국토부 |
| 준공후 미분양 (지방 비중) | 27,584호 (80%+) | 국토부 |
| 수도권/지방 가격 격차 | 1.44배 (2008년 고점 수준) | 한국은행 |
학교가 폐교되고, 아파트 1억 이하 매물이 쏟아지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거래 자체가 소멸한 곳도 있습니다. 이것은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현실입니다.
5. 한국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 결정적 차이 3가지
"한국이 일본 따라간다"는 주장에는 근거도 있지만, 결정적 차이도 있습니다.
(1) 수도권 집중도
한국(50.5%)은 일본(29.3%)보다 수도권에 인구가 훨씬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 서울·수도권: 인구 유입이 계속되므로 수요 방어력 높음
- 지방: 인구 유출이 가속되므로 일본보다 빠른 가격 하락 가능
(2) 전세 제도의 리스크
일본에는 전세가 없습니다. 한국의 전세 레버리지는 인구 감소 시대에 리스크가 됩니다. 인구가 줄어 임차 수요 감소 → 전세가 하락 → 역전세 → 갭투자 청산 → 매매가 하락의 연쇄 반응이 가능합니다. 전세의 구조적 특성은 2부: 전세 제도의 경제학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3) 가계부채 구조
일본 버블 때는 기업부채가 중심이었지만, 한국은 가계부채가 GDP의 105%에 달합니다. 인구 감소 + 고령화로 소득이 줄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4부에서 다룬 금리 민감성이 인구 문제와 겹치게 됩니다.
6. 2026년, 인구 감소 시대의 부동산 지도
"인구가 줄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국 평균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지역별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구분 | 특성 | 전망 |
|---|---|---|
| Zone A (서울 핵심지) | 인구 유입 + 공급 부족 | 인구 감소에도 가격 방어 가능 |
| Zone B (수도권 주요 도시) | 선택적 유입, 교통 인프라 | 입지에 따라 차별화 |
| Zone C (지방 대도시) | 인구 유출 둔화, 일부 유입 | 핵심 입지만 유지 |
| Zone D (지방 중소도시) | 인구 유출 가속, 소멸 위험 | 장기 하락 불가피 |
일본의 교훈 3가지:
교훈 1: 인구 감소 ≠ 전국 집값 폭락. 도쿄는 인구 줄어도 78% 올랐습니다. 핵심은 "전국이 떨어지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교훈 2: 인구보다 무서운 것은 디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인구 요인은 30년 하락의 20~35%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이라면 일본과 같은 30년 하락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교훈 3: 지방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의 지방은 일본보다 빠르게 인구가 빠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도(50.5%)가 높다는 것은, 서울은 방어되지만 지방은 더 빨리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핵심 정리
- 인구 감소는 부동산의 "느린 변수"입니다. 금리(6~12개월)와 달리 10~30년에 걸쳐 작용합니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나, 수요 총량은 일정 기간 유지됩니다.
- 일본의 30년 하락은 인구만의 탓이 아닙니다. 인구 요인은 20~35%, 나머지는 금융 위기·디플레이션·정책 실패입니다. "일본처럼 된다"는 공포는 과도한 단순화입니다.
- 전국 평균은 무의미합니다. 도쿄는 인구 줄어도 78% 올랐고, 일본 지방은 빈집률 14%입니다. 한국도 서울과 지방의 운명은 이미 갈렸습니다.
다음 편 예고
6부에서는 금리와 인구에 이어 부동산 시장의 세 번째 거시 변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위기를 다룹니다. 건설사 하나의 부도가 왜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지, 그리고 2026년 PF 위기의 현주소를 분석합니다.
※ 면책조항: 본 글은 경제 교육 목적으로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부동산 투자 및 거래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세금 계산은 추정치이며, 정확한 세액은 세무사에게 문의하세요.